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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설거지나 빨래와 같은 반페미니스트적인 가사일을 아내한테 부탁하는데 어려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남편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확신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아내에 대한 원망이 커졌지만 그래도 아이들에 대한 사랑은 여전했고 지금도 그렇다고 그는 말한다. 결국 그들 부부는 2001년 이혼하고 자녀(현재 각각 13세, 15세)에 대한 공동양육권을 갖기로 했다. 그는 재혼하지 않았다.
자녀를 둔 남성들 사이에서 위와 같은 사례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남편으로서 역할에 혼란을 느끼면서도 아빠로서의 역할은 훌륭히 수행해 내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아빠가 아이들을 병원에 데려가고 숙제를 돕고 자녀가 친구들과 어울릴때 옆에서 지켜봐 주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연구에서도 아빠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양육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오늘날 남성이 1970년대 여성권리신장운동시대에서 성장해서 그런것 인지, 아니면 당시 아버지 부재를 겪었기 때문에 그런것인지 여부는 제쳐놓고 보더라도 남성이 양육에 동등하게 참여하는 시대가 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빠역할을 더 잘 수행하게 되기는 했지만, 남편역할 수행에는 어려움을 겪는 남성들이 많다. “‘새로운아빠’라는 문화적현상은 나타나고 있지만 ‘새로운남편’이라는 현상은 보이지 않는다”고 버지니아대학 전국결혼프로젝트소장 브래드포드윌콕스는 말한다. “자녀를 둔 부부가 자신을 남편이나 아내라고 일컫는 대신, 양육에 전념하는 엄마나 아빠라고 말한다는 사실은 결혼보다 양육이 우선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윌콕스소장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갓 출산한 여성들이 결혼생활에 불만을 토로하는 가장 큰 이유가 남편과 보내는 시간이 출산 전에 비해 감소했다는 사실이라고 한다. 자녀가 태어나고 새로운 의무가 생겨남에 따라 아내에게까지 신경쓰며 모든걸 다 할수는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남성이 많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결혼과 부모되기 간의 관계도 변화하고 있는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결혼율은 기록적으로 낮은 상태이며, 가족혼인연구센터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과 아빠되기간의 관계도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2000년대 초반, 첫 결혼 당시 이미 둘 이상의 자녀를 두고있는 남성의 비율은 10년 전에 비해 약 두배나 증가했다. 아동에게 있어서 이는 바람직한 경향이 아니다.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 아이들의 엄마와 결혼한 아빠가 가장 적극적으로 양육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오늘날 아빠들은 아이들의 엄마와 같이 살지 않거나 감정적으로 친밀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삶에 계속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통계국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15세미만의 자녀를 일상적으로 돌보는 맞벌이 남편의 비율은 2002년의 26%보다 증가한 32%라고 한다. 이러한 변화는 대중매체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가 등장하는 광고가 흔해진 것이다. AT&T광고에서는 아빠가 전화로 스포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기기저귀를 가는 장면이 나온다.
“오늘날 남성은 이따금 아이를 돌보는 가장이 더이상 아니다. 자녀의 인생과 감정에 일상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고 로렌맥케인사바나 주립대학 심리학과 부교수는 말한다. 이달 미국국립보건원에서 열리는 컨퍼런스‘ 아버지와 현대적인 맥락에서의 양육’에서 그녀를 비롯한 30여명의 연구자와 정책입안자들은 관련주제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남성의 양육역할변화는 빠르게 확장중인 연구영역이기도 하다. 최근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자아정체성을 아버지 역할과 연관시켜 생각하는 남성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건강과 아버지 역할사이에서도 연관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5월초에 열린 미국인구협회 연례컨퍼런스에서 오하이오주립대학연구진은 저소득층 남성이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우울증과 약물남용, 위험행동이 감소했으며 스스로가 느끼는 건강상태도 개선되었다고 발표했다.
양육에 적극참여하는 아빠를 둔 아이들에게서도 긍정적인 영향이 관찰되었다. 브리검영대학 가족연구센터소장인 랜달데이는 아빠로부터 잘못을 용서받은 아이들의 생리적반응을 측정한 결과 아동의 전반적인 불안감이 현저하게 감소했음을 밝혀냈다. “같이 놀러가거나 낚시여행을 떠나는 것보다 아빠가 아이들과 감정적인교류를 하는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더 훌륭한 아빠가 되기위해 노력함에 따라 남성들은 양육과 일, 결혼생활간균형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1970년대이래 여성이 겪어왔던 문제를 오늘날 남성들이 겪고 있는것이다. 남성과 여성 모두 양육과 일, 결혼생활중 결혼생활을 가장 덜 중시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기조가 변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남성들은 타인의 말을 경청하거나 자신의 필요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신 독립적으로 행동하라는 문화적훈련을 받는다”고 오레곤대학 인문학부학장인 스캇콜트레인 사회학교수는 말한다. “양육에는 열심히 참여하고 있지만 결혼생활에서는 친밀감을 유지하는데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 가족경력협회가 발표한 보고서는“여성들이 기록적인 숫자로 일을 하기 시작했을때 느꼈던 ‘다 잘해야한다’는 압력을 오늘날 남성들도 느끼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맞벌이 남성은 일과 가족간 충돌을 크게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일과 가족간 충돌이 문제라고 답했던 남성비율은 1977년 35%였으나 2008년에는 60%로 크게 증가했다. 같은 대답을 한 여성의 비율은 1977년 41%, 2008년 47%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남성이 오늘날 가족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함에 따라‘남편과 아내’와 ‘아빠와 엄마’라는 성역할이 점차 사라지고, ‘배우자와 부모’라는 기능적역할이 대신 등장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콜트레인교수는 추측한다.
“본 통계는 자녀를 갖는 것보다 결혼에 경제적 문화적부담을 느끼는 남성의 수가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수잔브라운소장은 말한다. “결혼하기 전에 학교를 졸업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성은 많은 반면, 자녀를 갖는 것에는 이러한 조건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프린스턴대학 과브루킹연구소가 공동으로 수행한 2010년 연구에서는 “엄마와 남녀로서 사랑하는 관계가 아닌 아빠도 아이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것으로 나타났다. 더 놀라운 것은“결혼하지 않은 아빠 중 다수가 양육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엄마들도 이에 찬성했다”는 사실이다.
전 부인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자녀양육에 핵심적이라고 KJ 위머는 말한다. 수년간 아이들에게만 자신의 집을 개방했던 그는 여자친구에게 동거를 제안하기로 최근 결심했다. 딸은 여기에 반대해서 당분간은 엄마랑 살기로 했다고 한다. “내 여자친구가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까봐 딸이 화가 난 것 같다. 화를 낼 권리가 있다. 하지만 딸은 내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과 언제든지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언제나 곁에 있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출처 : http://realtime.wsj.com/korea/2012/05/15/%ec%95%84%eb%b9%a0-%ec%83%88%eb%a1%9c%ec%9a%b4-%eb%b2%84%ec%a0%84%ec%9d%98-%ec%97%84%eb%a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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